7월야생화

친구들 지천에 자라고 있는 고마리꽃을 아는지

무지세상 2006. 7. 16. 22:23

  가을 소나기도 아니고 여름 장마도 아닌 가을비가 하루종일 내린 다음날 추석. 고향을 찾지 못한 아쉬움도 달랠 겸 시간만 나면 달려가는 뒷산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간밤까지 내린 폭우로 아주 작은 개울까지 범람하여 물살이 제법 세게 흐른다. 평소 물이 말라 있거나, 비가 내리더라도 폴짝 뛰어 건널 수 있는 개울가는, 물에 발을 담그지 않고는 건널 수 없을 정도였고, 고마운 누군가가 만들어 걸쳐놓은 다리 밑엔 아주 작은 가을 꽃들이 만발했다.

바로 고만고만한 꽃들이 핀다하여 붙여진 이름 '고마리'다.

▲ 범람한 개울가의 고마리
고마리는 강이나 개울가 같은 물가에서 흔히 자라는 풀이다. 그리고 악취가 나는 도시의 시궁창에서도 자라나 수정 같은 투명한 꽃을 피워낸다.

물살에 휩쓸려 찢어진 잎사귀, 고마리 줄기에 줄줄이 걸려있는 지푸라기 등등을 걸치고서도 고마리는 밥풀만한 작은 꽃망울을 터뜨리고 내내 물속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고마리꽃은 세가지 색깔이 있는데 연한분홍색, 하얀색, 하얀끝에 붉은 점이 있는 꽃. 이 세가지색 모두를 쉽게 찾을 수 있어 횡재한 느낌이다.

꽃잎이 어찌 그리 깨끗하고 맑은지…. 꽃잎을 보면서 투명함을 느껴보기는 지금까지 고마리꽃이 처음이다.

▲ 분홍색 고마리꽃

▲ 하얀색 고마리꽃

▲ 하얀색 꽃잎 끝에 붉은 점이 있는 고마리꽃
고마리 흰 뿌리는 습한 곳에서 무리지어 자라면서 물속에 산소를 공급하고 오염물질을 흡수, 정화하여 물을 깨끗하게 바꿔낸다. 이렇게 고마리는 연꽃이 자라는 진흙탕보다 더 더러운 시궁창에서 자라나서 꽃을 피우지만 아무도 고마리를 연꽃처럼 알아주지 않는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물가나 시궁창에 있던 잡초 정도로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관심이 없었다. 이렇게 작고 깨끗한 꽃을 피워내는 것은, 내가 고마리를 알기 전까지는 내눈에 보이지 않았다. 어제 고마리꽃을 보고난 후부터 천지가 고마리꽃이다. 고마리꽃이 내 눈에도 보이기 시작했다.

▲ 개울가 고마리가 마치 분홍 메밀꽃을 심어 놓은 듯하다.
'가을 바람이 부는 초가을 슾한 산길 입구 상수리 떨어지던 그곳.' 산에서 고마리를 만나면 멀지 않은 곳에 약수터가 있거나 물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한다.

산을 오르기 전 꼭 건너가야 하는 작은 개울가나 도시의 시궁창, 길옆 도랑을 따라 지금 고마리꽃이 피고 있다. 봄부터 자라면서 여러번 베어지고 뜯겨지고 밟혔지만 금세 수북하게 자라나던… 고마리가 찬바람을 맞고서야 비로소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화려한 연꽃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볼 것이다. 오늘 찬바람 부는 가을꽃 고마리 한번 찾아 보시지 않으시겠어요?

▲ 볼수록 투명하고 깨끗하고 럭셔리한 고마리꽃

 

    이렇게 보니 또 새롭내여 그렇죠 함 자세히 관찰해보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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